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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엔 사람이 많다. 차량이 넘쳐나는 주차장에 일단 차를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주차 위치를 못 찾아 헤매기 일쑤다. 장소가 넓다보니 약속 장소 찾다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이제 이런 고민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건물 내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는 ‘실내 내비게이션’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 내비게이션은 지하나 건물 내에선 GPS(위성항법장치) 전파를 수신하지 못하거나 자주 수신 불량 사태를 겪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요즘 실내에선 GPS 대신 무선랜을 이용하는 실내 내비게이션이 나와 눈길을 끈다.

■ 무선랜 활용한 실내 내비게이션

실내 내비게이션은 건물 곳곳에 있는 AP(무선랜 접속장치)를 이용해 위치를 파악한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AP를 위치 측위 용도로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무선랜만으로도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는 물론 원하는 장소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

무선랜은 주로 데이터 통신에 쓰지만 사실 전파를 송수신하는 걸 원래 목적으로 삼는다. 이 전파를 인식해 어디에 AP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AP 지역으로 가면 AP를 통해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알아 챌 수 있다.

실내 내비게이션에 증강현실(AR)을 추가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지도 화면을 증강현실 모드로 바꾸면 주위에 위치한 매장 정보 등을 실제와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서 증강현실 모드를 실행하면 눈앞에 있는 실제 세계와 가상 상점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내 내비게이션은 위치를 찾아주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들고 백화점 내 1층 화장품 매장을 지나간다고 치자. 주위에 있는 A라는 매장이 제공하는 무선랜 전파를 통해 전자할인쿠폰이나 상품 광고 등을 받아볼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외국인 출입이 잦은 호텔에 실내 내비게이션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대여해줄 수도 있다.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이라도 가이드 없이 원하는 장소나 경로, 관광지까지 혼자서 찾아다닐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할인 품목은 뭔지 확인할 수도 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친구도 어디에 있는지 위치정보를 교환해가며 찾을 수 있다.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개발한 삼성SDS 기술본부 정보통신연구소 김동환 연구원은 "지금은 실내 내비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서비스 활용 영역은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개발한 곳은 삼성SDS 외에 카이스트(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SK텔레콤 등이 있다. 기술 기반은 모두 같지만 구현 방식은 제각각이다.

삼성SDS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카이스트는 기존에 무선인터넷용으로 설치된 AP만 이용한다. 반면 SK텔레콤은 복합측위시스템(Hybrid Positioning System: HPS)으로 무선랜과 GPS, 이동통신기지국 등 여러 위치측정 기술을 복합 사용한다.

■ 길 찾는 건 기본, 인터넷과 가격 비교까지

그렇다면 실내 내비게이션은 일상 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까? 직접 실험해봤다. 먼저 카이스트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고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 KTNET, 도심공항터미널 4사가 공동 참여해 제작한 마이코엑스(MyCoex)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써봤다.

마이코엑스는 장소 찾기와 편의시설 찾기, QR코드로 찾기, 다녀온 곳, 내 주차장, 매장 할인과 이벤트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먼저 장소 찾기를 해보면 가려는 장소 카테고리를 매장이나 공연시설, 편의시설, 전시장 가운데 고르면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지도로 위치만 확인할 것인지 길을 찾을 것인지 고를 수 있다.

메가박스 영화관을 도착지로 택하니 위치를 지정하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그리곤 지도를 통해 길을 선으로 안내해주는 서비스가 시작된다. QR코드 메뉴를 골라도 과정은 똑같다. 다만 자신이 위치한 곳을 검색하지 않고 바로 가려는 장소를 인식해 검색할 수 있어 편하다. 마이코엑스는 현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2가지 버전을 제공한다.

삼성SDS가 선보인 실내 내비게이션을 써봤다. 스마트폰을 비추면 현재 위치를 가리키는 녹색점이 지도 위에 나타난다. 녹색점은 사용자 위치를 알려주는 표시다. 종이지도와 달리 확대와 축소를 섞어가며 지도를 쓸 수 있어 확실히 길을 찾기가 쉽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카메라 모드도 인상적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주위 가게에 비추니 해당 상점 정보가 나타난다. 카메라 가게 앞에서 스마트폰을 대니 해당 매장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나열해준다.

그 뿐 아니라 사용자가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이나 멤버십카드 사용이 가능한 상점에 대면 분홍색 박스로 안내해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삼성SDS의 경우 쇼핑몰 등과 제휴해 해당 매장에서 파는 제품이 인터넷보다 싼 지 검색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쇼핑 관련 정보에 충실하다.

■ 대형공간 중심으로 보급 물살 탈 듯

실내 내비게이션은 단순히 길만 찾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쇼핑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시장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SK텔레콤의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자체 테스트 중이다. 빠르면 연내에 시험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센텀시티 홍보실 김재협 과장은 "센텀시티점은 주차공간만 4,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소비자가 주차 위치를 못 찾기 일쑤"라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더 이상 자동차 위치를 찾다가 시간 낭비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관련업계도 향후 발전 가능성에 높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카이스트 측은 "KTNET과 공동으로 위치를 기반으로 한 실내 위치 인식과 관련 서비스 기술을 발굴할 예정"이라면서 "모바일 응용 추천과 자동 실행, 모바일 광고 등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을 개발한 카이스트 한동수 교수는 관련 기술 확산을 위해 미국 LBS 전문가그룹과 함께 실리콘밸리에 합작회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밝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계도 존재하고 있다. 기존 AP를 이용하는 탓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AP 위치가 자주 변하거나 새롭게 설치되거나 없어지는 사례가 빈번할 수 있기 때문이다. AP를 설치한 매장에서 장비를 교체하거나 새로 설치하고 나서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실내 내비게이션 역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삼성SDS 김동환 연구원은 "실제 해당 기술을 적용해보니 대형몰에선 한 달만 지나도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매장이 많았다"면서 "업데이트를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실시할 예정이고 대형몰에 AP를 설치하는 이동통신사와의 협력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